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어디에도 없는 아빠의 존재, 출생 시 엄마의 호적으로 등록된 아린이에게 법적으로 아빠는 없습니다. 아린이가 8개월이 됐을 무렵 엄마가 떠난 뒤, 홀로 아린이를 키우게 된 아빠 당연히 내 핏줄이니까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빠는 하나씩 알아갑니다.

“어린이집이라도 보낼 수 있으면...” 아린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어린이집을 포함한 각종 정부지원 등 아빠는 남이라서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나중에 아린이가 학교는 갈 수 있을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 혹여나 아린이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인 아빠 보기 드문 가족의 형태라는 이유로 이해해주는 사람도, 도와주는 곳도 없었습니다.

“가난한 거... 그게 가장 미안해요” 눈에 밟히는 아린이를 뒤로하고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보지만 아린이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장마철이면 곰팡이가 가득하고 아린이에게 해로운 담배 냄새가 들어와도 환기조차 어려운 집 무보증금 월세 20만 원 단칸방에서 지내야 하는 아린이에게 아빠는 늘 미안합니다.